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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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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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단상

벼이삭이 고개를 떨구면 풀벌레소리 잠시 지나면 사라져버릴 일이 아쉽다 노을처럼 붉은 마음이야 어찌 보여줄 수 없음이 아쉬울 뿐 명품도 반반한 것도 못해주는 터벅이의 하루가 겨울의 초입으로 또 가고 있다 시인 남민우

– 안개비

하얗게 가려진 그러나 그 속에서 또렷해지는 너로 다시 돌아올 기억들 축축한 담배연기가 그렇게 또 너를 감싸고있다 남민우

– 가을냄새

알싸한 바람이 가을의 정체성을 담은 내음을 실어오면 풀벌레 작은 울음이 벼이삭의 고개를 숙인다 바람이 오가는 길목에 여름이 걷더니 자리를 이내 가을에게 주고도 다시 겨울이 들어 서려나보다 그리고 다시 또

– 바람이 부는 이유

바람이 불고 구름이 나를 떠나 멀리 흐르는 것은 나의 상념이 누군가를 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가지고 예쁜 노을이 얼굴을 붉히는 연유와 너를 떠올리는 내가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인 남민우

– 봉다리 함부로 버리지 마라

– 봉다리 함부로 버리지마라 시선의 끝으로 하이얀 봉다리가 구른다 어디서 누군가의 손에서 기쁨을 담았던 그 짧은 뜨거움을 다하고 춤추듯이 구르다 이내 사라진다 나도 잠깐 어느 이의 추억에서 툭 하고 나와 저리 구르고 춤추었을 텐데 이내 버려진 봉다리 같은 내 오후가 쉬이 가지를 않는다 시인 남민우

– 오늘도 살아낸다

소슬 바람이 어깨를 훑으면 고독이 짙어진다 살아 가는게 그저 살아 내는게 하루다 시인 남민우

– 바람의 손을 잡은듯

바람의 손을 잡은 듯 어디에도 있었고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던 꿈의 옷자락이 닿은 어느날의 따스함이 싹을 틔우고 있다 모나고 뒤틀렸던  마치 삶의 끝자락에 선 듯한 인생의 두 갈래길 그 끝즈음에서 되돌릴 수 없는 바람의 손이 나의 갈퀴를  스다듬는다 속여야만 하는 세상의 섭리에서 축을 벗어난 어떤 꿈의 태동이 이제 비로소 자리 잡기를 시인 남민우

– 불치병

– 불치병 잊으려 할수록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에 묶여 스스로를 목조여가던 슬픈 눈의 짐승을 보았었던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눈동자에  담겨오는 죽음의 공포를  한글도 깨우치지 않고서 읽어내었던 유년의 순간이 뇌리를 스쳤다 잊으려 할수록  수없이 되뇌어져 오는 욕망의 바퀴가 마찰열로 불타고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에도 죄여오는 올가미에 제 살을 내어주고도 버둥대던 짐승이 식어갈 것을 나는 알고도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던

– 아비

달빛으로 몸을 대우던 가난이 부끄러워 아비와 습관처럼 거리를 두고 걸었다 짜디짠 고등어 살점을 밥 두어 숟가락으로 넘기던 시절 무에 그리 서러운지 흘렸던 눈물이 심장에 이랑을 만들었던 친아비가 아닐 거라고 치기어린 반항을 엎고 마주 앉은 밥상에 밥알이 국물보다 많은 두개의 국 그릇이 달가닥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아비(父)

– 가면의 인연

– 가면의 인연 누구는 더러는  그 말들의 끝에 항상 네가 있었다  우주의 기원에서 나의 기원까지 더러는 내가 채운 것에 네가 늘 있었던 세월 거짓으로 살았다 버려짐으로 홀로 섰노라고 너를 대신하여 세웠던 그 허영을 부여안고 그리 거짓으로 더러는 네 탓을 하며 버텨온 그런 누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었다

– 안부

– 안녕 피기 위해지는 꽃의  한철을 위해 눈보라로 스쳐간 겨울의 냉기 울기 위해 알을 깬 새의 울음으로도 그 뜻을 전하지 못한 어느 연록의 잎새에 깃드는 달의 부스럼으로 맺힌  한 톨의 이슬이 담아놓은 그 순수의 이름으로 그립다 못해 삭아버린 가슴 한편의 그런 이름으로 잊힌 것들에 짧은 입맞춤마저 하지 못한 생의 어느 이별들에게

– 아니 이별이기를

– 아니 이별이기를 전할말이 남은자는 떠난이에게 떠나고 오지 않아야만 했던 전할 말조차 남기지 않았던 자에게 그 말이 남아서 생의 끝까지나 남아서 하지 못한 말 북받쳐 오는 설움으로 군내나는  그리움만 삭이고 있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 서로의 命 잃어보지 않고서야 그 말의 무게 아니 무겁지 않음을

– 심장위를 걷노라

– 심장위를 걷노라 길을 걷고 있었다 챙기지 못한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죽어 책 속에 묻힐  붉은 낙엽 한 잎 낙조에 물들어 그리 붉디 붉었던 너의 뒷모습 길을 걸어야 했다 허한 마음의 그  먼지마저 바스락거릴 목마름으로 시인 남민우

– 가을단상

– 가을 단상 어느 산등성이 베고 누운  묏자리 주위로 잔디가 튀튀 까맣고 조그만 숨을 뱉어내는 가을의 고즈넉한 시간 이름 모를 풀벌레의 끊임없는  소리는  처음부터 없었든 듯 풍경과 하나 되어 숨소리를 따라 파도를 탄다 녹음이 짙어지면 회색으로 져갈 잎들이 가끔  솔바람에 흐느끼는  다 저녁이면 햇살이 가기 전에 글을 마쳐야지 내 아이의 웃음과 내 아이들의 사랑도 신록으로 빛나고 아름답게 영글어

– pass

– pass 지나가라 돌이킬 수 없는 첫걸음의 순간으로 흘러가라 그리 모질게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무관심으로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귀뚜라미가 왔다 가버린 가을이 매해 오듯이 그리 다시 와라 그리고 가슴 언저리 수풀을 지나는 사특한 뱀의 무게로 지나듯 매일을 그렇게 오고 가라 너는 너의 삶을 살았고 나 또한 내 삶으로 지나가는 길이니 시인 남민우

– 외사랑

– 외사랑 윤슬을 닦아놓은  강바람의 바지런 함에 눈이 부신 탓이었다 눈물이 그리 흐르도록 휑하니 떠난 그림자의 꼬리도 밉지 않았던 가버린 님의  사라진 님께 전하지도 못한 벙어리 가슴이 이리도 아픈 것은 강바람을 뒤따른 솔바람의 스산함에 마음 따라 이지러지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부산해서다 말하지 아니 함으로 사랑하였음  또한 사랑이었음을

– 100년만의 달은 보았고

– 100년만의 보름달 달은 아직이었다 쉬이 지치는 탓에 뜨고 말아야 할 달을 보지 못할까 애달픈 마음이 모기를 탓했다 산봉우리를 넘는게 저리도 더딘 달을 기다리다  문득 그렇게 쉽게 포기한 것들이 뜨고 져간다 오늘만은 100년만에 오롯이 둥근 달을 봐내야 할 같다 그리하면 또 쉽게 져갔던 것들에 대한 핑계가 될터이지

– 그리하여 영원이기를

– 그리하여 영원이기를 해를 가린 구름 사이로 찬연한 빛이 흐르면 너를 생각한다 호수가 담은 하늘과 바람과 그대 너를 담은 내 마음이 오롯이 너의 것이니 그대 낮과 밤의 어디에도 나와 함께이기를 옆에 있어도 문득 그리워지는 그리하여 영원이기를 시인 남민우

– 실종

– 실종 창포가 피던 자리에 아파트가 피었다 산 너머 오던 봄이 고층을 넘어오느라 더딘 게지 아무개 집에는 수저가 몇 벌 없던 시절에 있던 손 트고 코 흘리던 동무들이 고무신에 맨날 같은 옷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들이 사라졌다 그리운 이의 사진도 무에 특별한 날에만 찍었던 몇 장 남지 않아서 어색한 표정으로 점철된  네모난 종이 사진이 사라졌다 

-우체통

– 우체통 바람의 등에 실어 보낸다 짙은 빛깔 어느 유년의 낡았던 냄새로부터 오던 봄과 지루하게도 느리던 낙화하는 분홍 입들의 비상과 신작로 어느 끝에서 이는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그런 시간들과 동무와 메리 구름이 나지막이 내려앉은 듯한 저녁 무렵의 동네 어귀 철 지난 철새들이 무리 지어 떠날 채비를 마치면 바람의 주머니 어귀에 숨겨둔 이름 나지막이 불러본다 산과 나

남민우시인 글

– 고향 언젠가는 혹은 언제쯤의 그 기억으로 기필코 돌아가야만하는 상다리가 부러지거나 아무리 부끄럽고 남루한 기억만 남아도 시큼한 땀냄새가 또렷이 맡아질 거리만큼 떨어지지 않아서 늘 성가시던 DNA

어느밤

어느 밤 별의 온도처럼 차갑던 너의 시선으로부터 멀리 아마도 별과 나와의 거리만큼 닿을 수 없는 평생을 살아야 했던 그 밤으로부터  이십수 년이 흐른 어느 밤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의 짧은 흔적을 쫓고 있다 얼룩으로 남을 투명함으로부터 너를 닮은 눈망울들이 맺히는 창 너머로  장마를 알리는 천둥의 울부짖음이 올해도 가슴 한구석을 할퀴고 가려나 보다 해를 더해도 다름없게 또렷해지는

봉다리 함부로 버리지 마라

– 봉다리 함부로 버리지마라 시선의 끝으로 하이얀 봉다리가 구른다 어디서 누군가의 손에서 기쁨을 담았던 그 짧은 뜨거움을 다하고 춤추듯이 구르다 이내 사라진다 나도 잠깐 어느 이의 추억에서 툭 하고 나와 저리 구르고 춤추었을 텐데 이내 버려진 봉다리 같은 내 오후가 쉬이 가지를 않는다 시인 남민우

첫사랑

시간에도 어느 거리에도 이름이 있었다 그대라는 이름으로 흐러던 시간이 져가던 그날의 골목 어귀에서 나의 꿈이었던 너의이름으로 흐르던 시간이 멈추고도 수어 십년 오늘을 살면서 어제에 묶인…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