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단상
어느 산등성이 베고 누운
묏자리 주위로
잔디가 튀튀 까맣고 조그만
숨을 뱉어내는 가을의
고즈넉한 시간
이름 모를 풀벌레의 끊임없는
소리는
처음부터 없었든 듯
풍경과 하나 되어
숨소리를 따라
파도를 탄다
녹음이 짙어지면
회색으로 져갈 잎들이 가끔
솔바람에
흐느끼는
다 저녁이면
햇살이 가기 전에
글을 마쳐야지
내 아이의 웃음과
내 아이들의 사랑도
신록으로 빛나고 아름답게
영글어 갈 것을
나는 안다
그 앞날에 저리도 맑은
창공의 한줌 순백한 구름의
깃털 같은 행운이
닿기를
시인 남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