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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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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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교

초등학교 4학년 때 큰 강둑이 터졌다 흙탕물이온 들를 다 덮어 바다같이 되었다 교실도 운동장도 다 잠겼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수박이 둥둥 떠다니고 보릿짚 둥둥 떠다니는 위에 이상한 뱀들이 우글우글 엉켜 떠다니고 파란 사과도 떠다니고 어른들은 물가에 나와 먹을 게 다 떠내려 간다고 한숨을 태산같이 쉬고 있는데 명절같이 나는 기뻤다 오래오래 학교에 안 가도 되니까

초록의 날

모두 들떠 들로 산으로 달린다 서로 가며 말없이 정을 주고받는다 시인도 길을 나선다 검정고무신 색동저고리 볶은콩의 그리움에 젖어 외로움 가득 싣고 금방이라도 누구를 만나 얼싸안고 한바탕 서러운 울음을 터뜨릴 울음보따리를 싣고 이리저리 헤맨다 훌홀 다 내려놓고 정으로 가득 채울 마음으로 낙엽이지기 전에 이리저리 얽혀 이낌없이 정을 퍼주는 자연과 더불어 가식은 벗어던지고 온 천지에 정을 정을

산새

머리에도 허벅지에도 눈두렁이에도 벌겋게 온몸을 깨물어 불록불룩 가려워서 죽을 지경이다 억수로 가렵다 산새소리 풀냄새 토실토실한 소 빨갛고 귀여운 아침 해 소 먹이기 조그만한 아이 나 온 몸을 긁으며 학교에 간다 공부시간에는 졸고 쉬는시간 뛰어놀고 하루 종일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책 보따리만 들고 갔다 왔다 한다

엄마

파마머리 알록달록 꽃무늬 셔츠 입은 엄마 개울가에서 닭 모가지 비틀어 펄펄 끓는 물 털 위에 퍼부어 털 싹 뽑는다 배 갈라 갈라 창자는칼 뒤집어 갈라 똥 빼고 똥 집은 반으로 갈라 뒤집어 속껍질 벗기고 소금에 싹싹 문질러 왈자지껄 내려가는 개울물에 씻어낸다 찹쌀 넣고 대추 넣고 무쇠 솥에 솔 장작으로 불 때어 푹푹 고아낸다

앙상한 높은 나무 가지 꼭대기 위에 혼자 않은 슬푼 작은 겨울새 애처로운 울음소리 노을 진 차가운 하늘을 가득 매운다 어제도 오늘도 아무리 웃어보려 목청 가다 듬어도 애처로운 울음소리 노을 진 차가운 하늘을 가득 매운다 노을 진 차가운 하늘을 가득 매운다

어느 해

산 밑에 자리한 아늑하고 조그마한 강 강변엔 크고 작은 자갈이 넗게 퍼져있다 돗자리 깔고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여기저 저기 젊은 아빠 엄마와 아거야들 튜브 타고 물장구치며 노는 가족들 남녀 잘 생기고 예쁜 대학생들 무더기로 물속에서 물싸움하고 저 쪽앤 집안 모여 고기 굽고 밥하고 난리다

개구쟁이 소년

오늘 밤도 둘이 앉아 다시 갈 수 없는 날 앙코르공연을 시작한다 다시 한 번 무대를 차린다 새들의 합창소리 강물 소리 붉은 꽃잎 푸른 풀잎 춤을 추는 들판에서 강가에서 꽃향기 다시 날고 강 건너 산엔 뻐꾸기 울고 우리 동네 뒷산엔 후투티 다시 운다

봉답물

그동안 저지른 죄로잡히면 죽는다는 걸 안다 아버지는 아줌마를 향해 삽을휑 집어던진다 평소 때 예의 바르게 형수님하고 불렸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죽인다고 했겠나 아무튼 나는 그 때부터 그 아줌마 때문에 모내기만 하면 가을까지 물꼬 지킨다고 친구들 하고 어울려 놀지도 못 했다

마을 할아버지

남의 산에 나무해도 자기 산에 했다고 뺏어거려고 큰 작대기 손에 쥐고 눈을 부릅뜨고 귀신같이 하연 두루마기를 입고 서 있다 동네 사방팔방 나타날 것 같아서 아예 산에서 내려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영감이 저녁 먹으러 간 사이 모두 바람같이 집으로 향해 달렸다

수제비

정성스레 뜯어넣은 예쁜 모양으로 동동 떠있다 실컷 먹어야지 생각하며 우리는 군침을 흘리며 보고 있었다 수제비가 끓기 시작한다 동동 떠있던 맛있는 수제비 힘없이 다 풀려 북짝북짝 개 맛도 없는 개죽으로 보고 있던 나는 그만 큰 소리로 울었다 볼 때던 언니는 멍하게 솥만 처다보고 있었다

수제비

어린 날 겨우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었는데 홍수로 보리밭이 물에 잠겨 먹지 못하게 되었다 한 여름 정오 마당에 있는 큰 개반시 나무 밑 우물 옆에 황토 흙으로 만든 아궁이 위에 백솥이 걸려있었다 엄마 브드라운 보릿겨로 반죽하여 물든 보릿짚 말려 불 때어 수제비 한 솥 끓인다

수많은 이별

이별 그나큰 상처를 준다 꽃을 심자 이 꽃도 심자 저 꽃도 심자 온갖 꽃이란 꽃은 다 심자 올해 지면 내년 봄에 건강하게 더 예쁜 친구 불러서 내가 심은 꼭 그 자리에 땅속에서 살며시 웃으면서 나와 또 만날 수 있다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고 겨울이고 이 꽃도 만나고 저 꽃도 만나고 외롭거든 꽃을 심자

고향

학교 갔다 오거나 새벽에 아무도 안 일어났을 때 가슴 설래며 살구나무 밑으로 뛰어간다 깔아 놓은보릿짚 위에 노 랗게 익어 나무 밑에 떨어진 유에프오 같은 살구 한 알 눈이 얼굴보다 더 커진다 앞산에 까치 살고 뒷산에 진달래 곱게 살고 있던 할머니 형제 많아 언제나 시끌 벅적했던 못 견디게 그리운 곳 고향 우리 동네 내가 살던 우리

봄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그칠 줄 모르는 억수 같은 빗소리 밤새도록 요란하던 분흥 살구꽃봉오리 사르르 부풀던 칠흑같이어두운 향기로운 봄밤 보리밭 속 종달새 두 마리 부리를 맞대고 첯사랑에 수줍어 눈을 꼭 감던 아무소리도 안 들리고 그칠 줄 모르고 억수같은 빗소리

비워야

자신에게 나아가 상대방에게 솔직해자기 우ㅏ해서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자신을 온전히 내렪아야 한다 멋있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헛된 욕심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어리석은 욕심들을 내려놓을 때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행복한 사람

마음에 여유를 갓는다면 본래의 선함을 되찾고 사회를 밝히는 능불이 될 수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도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까닭 도 웃기 위함이다 출새도 성공도 결국에는 행복해지기 위한이라 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 할수 있다면 무하 경쟁사회에서 살아갈치라도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꿈꿀 수 있는 자유

오랜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도를 드리다보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생각의 뿌리를 알게 된다는 뜻이니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혹여 나쁜 생각이 머릿속 에 비집고 들어왔다면 그 사실까지 알아차릴 수 있다 따라서 바른 스승이라면 부모라면 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주입시 커지는 안 된다

휴식

세상 모든 일이 음과 조화로 이루어져있어으니 기쁜 속에 슬픔 있고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 덕분에 인간은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자신을 낮추는법을 알고 있다 음과 양의 조화가 자연의 섭리이니 시험을 준비하는 소험생일지 라고 집중과 절제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서로에게

향기로운 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극락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꽃밭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향기로울 때가 있다 향기를 품은 사람들과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들에게서 꽃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봄소풍

엄마가 만든 자주색 저고리 곱게 입고 예쁘게 꽃 수놓은 광목 가방에 김치 넣고 길게 말은 김밥 두 줄 쑥버무리 한 뭉치 용돈 십 원으로 육학년 언니 육 원 일학년 나 사 원 가지고 강둑에 봄소풍 간다 음료수 강물 떠서 오렌지색 색소 풀고 사카린 넣어 만든 불량음료수 한 병 사먹고 보물찾기로 받은 공책 한 권 선물로

박꽃

첫 친정 간 날 시집살이 서러워 어린 시절 소꼽놀이하던 뒤 곁 돌담 뒤에 숨어 소리 없이 울려는데 저녁 연가 노을에 흠뻑 젖은 초승달 앞산 소쩍새 소리 돌담 위에 하얗게 은은한 향기품고 순정을 다 바쳐 피어있는 박꽃들과 어울려 현실의 시름 다 잊고 박꽃 향기 따라올라 곱고 고운 별빛 되어 밤새도록 반짝였다네

벚꽃나무

지천으로 서 있는 벚꽃 나무들 나만의 무대를 차려 봄여름 가을겨울을 공연하고 싶어 벚꽃나무 한 그루 사서 마당에 심었다 연분홍 수줍은 봄이 까르르 웃으며 억만 송이 눈부시계 머물다 떠나가고 푸른 여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벚꽃 나뭇가지 위에 매미 한 마리 앉아 여름 을 노래한다 바람 타고 맴 맴 맴

땅에서

우리는 풍수지리를 중히 여기며 살아왔다 땅의 기운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양을 끼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터가 좋은 곳 에서 훌륭한 사람이 대거 배출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땅의 기운이 사람의 미래까지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봄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그칠 줄 모르는 억수 같은 빗소리 밤새도록 요란하던 분홍 살구꽃봉오리 사르르 부풀던 칠흑 같이 어두운 봄밤 보리밭 속 종달새 두 마리 부리를 맛대고 또 맛대고 첫사랑에 수줍어 눈을 꼭 감던 아무소리도 안 들리고 그칠 줄 모르은 억수 같은 빗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