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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단풍잎 책갈피 오래된 책갈피에 끼워놓은 단풍잎을 들여다본다 여럿의 나뭇잎들이 왜 별의 모양 닮았을까 따뜻한 별 같은 단풍잎을 찾았다 늦가을 단풍나무가 몇 천 페이지로 묶인 책 같다 단풍나무는 책의 페이지들을 그늘로 내려놓고 붉게 물든 이파리를 끼워 놓는다

꽃 ,옷핀이 달린

까치발로 손 뻗어 일곱 살 손녀가 달아준 5월, 세상의 꽃나무들 다 엄마들의 가슴 같아서 내년에도 또 내년에도 오월이 달아줄 빨간 꽃들 세상에 아무것도 모른 체 엄마를 따라 피었다가 엄마처럼 시들어 갈 빨간 꽃 가슴팍 뼛속까지 빨간 엄마들이 관악시장 건너 이수 시장 골목까지 착한 먹거리 들고 곳곳에 즐비하다 오월엔 엄마와 딸이 꽃으로 필 때가 있다

카네이션 옷핀이 달린

꽃, 옷핀이 달린 내 가슴에 빨간 엄마가 붙었다 엄마는 아직도 무거워서 뿌리가 아닌 옷핀을 달고 있다 엄마의 늙은 옷에서 피었던 꽃 다시 내 옷으로 옮겨 피고 있다 엄마처럼 옷이 늙어가는 때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꽃으로 나이를 먹어간다 옷핀이 달린 꽃 며느리의 가슴에도 빨간 엄마가 붙었다

텅빈 충만

텅빈충만 이제 비울 것 다 비우고, 저 둔덕에/아직 꺾이지 못한 억새꽃만/하얗게 꽃사래치는 들판에 서면/웬일인지 눈시울은 자꾸만 젖는 것이다/지푸라기 덮인 논, 그 위에 내리는/늦가을 햇살은 한량없이 따사롭고/발걸음 저벅일 때마다 곧잘 마주치는/들국 떨기는 거기 그렇게 눈 시리게 피어/이 땅이 흘린 땀의 정갈함을/자꾸만 되뇌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간간 목덜미를 선득거리게 하는 바람과/그 바람에 스적이는 마른 풀잎조차/저 갈색으로 무너지는 산들

그대 외로우신가

그대 외로우신가 고즈넉히 외로운 사람들이 외로워도 기어코 울지않고 살아내는 사람들이 가을엔 왜 그리도 많은가 외로움이 달 뜬다 해뜬다 단풍따라 붉게 물든다 물들여진 외로움이 또 다른 외로움을 마중 나가는 시간

고구마가 없다

고구마가 없다 비탈 밭 일궈 심은 옥수수 나눠 주겠다 친구 데려 갔는데 아뿔싸, 죄다 먹어치웠다 멧돼지가 먹거리 잔치를 열었구나 다행히도 괴산 장날 옥수수 두어 자루 사서 나눴다 다시 북돋고 두둑에 고구마를 심었다 사이즈 키워보겠다 깻묵도 넣고 고구마줄기로 김치도 담아야지 하면서도 잎사귀 아까워 제때 따지도 못했는데 어라 고구마가 또 없다 서너 개도 안 된다 고라니와 맷돼지

파스를 ㆍ2

붙였던 파스 한 을 떼어낼 때 딱 마이너스 통장 한 페이지 같은 자질구레한 약효 빠진 멱살 같은 것 아무도 모르는 닳아서 삭아진 노동의 집약을 잘 알고 있는 파스 한 장 딱딱하게 굳은 마음들 하나씩 짚어가며 욱신거리는 곳곳을 위로하는 마치 남극 바다에 떠 있는 한 평 얼음덩어리 같고 한여름 나무 밑에 척 발라진 그늘 한 평

파스

파스를 붙인다 며칠 삐걱거리던 곳들이 어깨로 몰려들면 뜨겁거나 시원한 파스 한 장 붙인다 이것은 사각의 해결책 가장 시원한 대답 같은 찰거머리에 피를 뜯기던 잘 생긴 논마지기나 참깨들이 아옹다옹 자라던 기름진 밭뙈기나 모두 지금 생각해보면 전전긍긍 결리던 내 부모들에겐 파스 한 장 같았을 것이다. 그저 넉넉한 한 평의 위안 같은, 붙였던 파스 한 장 떼어낼 때

그 여자 안부

그 여자 안부가 궁금하다 강둑 모퉁이에 피었다 한강을 산책하다 앉은 자리 오가며 무심히 지나쳤는데 자세히 보니 꽃이다 좁쌀만 한 콧등에 선글라스 꾹꾹 철지난 스카프를 걸치고 허리 굽혀 촘촘하게 피어있다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땅 밑에서 솟구쳤을까 벌들도 올 수 없고 나비 한 마리 날아들 수 없을 쉽사리 눈에 띄지 않을 허름한 잔등 물안개 품은 숨결이 드나들고 있다

인생총량의 법칙ㆍ2

인생총량의 법칙 총량(總量) 같은 나이를 살았다고 같은 총량이 아니다. 더 많은 웃음과 후회가 있는가 하면 그저 무덤덤한 총량도 있으니까 한 계절이 다 흘러가버린 시월 말쯤의 나이에 구부러진 머리칼 희끗해지는 줄도 모르고 멀리 억새풀을 본다. 비상할 기회를 여러 번 놓치고도 은신하는 날개들은 결단일까 나도 이번 겨울은 쉬는 듯 놓치기로 했다

인생총량

인생총량의 법칙 총량(總量) 그 길이와 부피는 아무도 모른다. 평균의 일생을 벗어나기도 하고 때론 터무니없는 일생의 단기(短期)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울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며 봄이 소진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슬픔이 잠을 깨우고 기쁨 숨이 쇄골을 닿아 재울 때마다 검정 돌과 하얀 돌 차례로 내보내며 앞날과 그 앞날을 앞질러 간 후 헛헛하게 돌아보는

치유시켜주옵오서

시편 107:20 그가 그의 말씀을 보내어 그들을 고치시고 위험한 지경에서 건지시는도다 치유의 하나님 라파의 하나님, 주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제 조카가 아픕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이뤄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미국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위해 공부중이던 조카 그 조카가 중요한 6년차에 학업을 미루고 가족의 품으로 병원을 찾아 와야했으니 긍휼히 여기사 속히 치유천사를

흔들의자

흔들의자에 앉아 흔들 흔들의자에 앉아있다 세상이 흔들린다 마주 앉은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천장에 걸려있는 풍선이 흔들리고 흔들 흔들 안테나가 흔들리고 체크무늬 커튼이 흔들리고 환기통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고 온갖 욕망들이 흔들린다 흔들리다가 흔들리는 세상을 보다가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의자에서 일어선다

11월 햇살

아 벌써 11월 화사한 10 월이 지나고 어느새 입동이 지나고 11월의 낙엽 고운 단풍을 맞이하는 날 노을도 화안한 석양… 방 안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들 돌아돌아 왔구나 햇살 멍때리기하는 먼 길 가다 잠시 서있는 오후

그리운가

그리운가요, 이 가을저녁 마중나가요 뒹그는 단풍 낙엽 은행 낙엽 속에서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눈빛 고운 그리움 하나 맞으러 마중 나가요

우리는 어떤 사물의 내부였다ㆍㆍㆍ2

우리는 어떤 사물의 내부였다 ㆍ2 깎고 파내다보면 허드렛일에만 열중해 온 일생이 드러나기도 하겠지만 흙이라는 사물에서 빚어져서 다시 흙 속으로 고요히 눕는 것이지 파내고 깎아내 모아 쥔 한줌 그 한줌으로도 우리는 숨 쉬는 것이지

우리는 어떤 사물의 내부였다

우리는 어떤 사물의 내부였다 석수장이는 돌 속에서 땅땅 쪼아 무수한 사람을 꺼내지 조각가는 나무토막에서 시간을 파내어 온갖 형상을 새기지 사물의 모습이란 모두 겉모습인 것이지 그 사물 속엔 저마다 다른 존재들이 웅크리고 있지 저것 봐, 뜰 안의 느티나무 속엔 예쁜 젖가슴을 가진 여자가 있고 굴러다니는 돌 속에선 경배의 대상이 도드라져 나오기도 요행히 연기를 피한 나무토막에선 기도문이

발이 붓는다

세상의 신발들이란 얼마나 독이 가득 찬 것들인가 주저함을 독려하는 신발들 멈칫거림에, 다그침에 신기면 천방지축 제멋대로 휘청거리는 신발들 그 신발 뒤축, 그것도 비스듬한 바깥쪽이 닳고 있다 앞 발바닥에 굳은살이 잘도 생긴다. 종종거림 다잡고 불끈 조인 그 끝에 발이 퉁퉁 붓는 것이다. 넘치는 행보(行步)엔 언제나 주저앉음이 나그네처럼 오겠지만 발이 붓는 일, 그건 고단한 무게가 잠시 발에 곁들여진

발이 붓다

발이 붓는다 발이 붓는 일은 길의 부종(浮腫)이다. 푹푹 빠지는 일상이 부드럽다 느껴질 때 그건, 발이 흡수한 악순환이 있었다는 뜻이다.

가을이 몰려온다

가을이 몰려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씨앗이 있고 씨앗은 밭을 품고 나오고 그 밭은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정(情), 그 종류는 다양하고 다분하다 정은 계절을 따지지 않고 싹트고 열매를 맺는다 햇살로 넘치는 씨앗을 품은 사람 사이엔 넘쳐나는 가을이 있다 주고받는 가을의 현주소가 있다

가을이 몰려온다

가을이 몰려온다 정, 사람과 사람사이의그 정이 옥답(沃畓)이다 들판의 밭엔 가을이 넘치고 넘친 밭들이 집으로 몰려온다 들판은 가을을 비워내야 겨울이 오고 씨앗뿌리는 봄이 온다 각처의 가을이 한 톨 한 톨 단단히 여물었다. 빨강 노랑 주황 서로 다른 얼굴로, 엊그제는 무화과 말랭이가, 그저께는 산꽃 사과가, 어저께는 고구마와 단감이 오늘은 빛 고운 대추와 매운 청양이 배달되어 온다

나를 납부하다

내가 나를 사용한 사용료가 고지서로 날아온다. 그때마다 한 달 징수된 사용료가 참으로 작구나 서글퍼진다. 우리는 가끔 넘치는 존재감으로 때로 미납으로 과징금을 물기도 하지만, 한 때 나의 존재 가치였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미비하다. 다행인 것은 슬픔을 사용하는 사용료, 기쁨과 바람과 우울한 빗소리를 사용하는 사용료들이 없다는 것. 오솔길의 부리가 고운 소리, 툭, 턱, 탁, 풀섶에 달빛 떨어지는 밤톨

나를 납부하다

나를 납부하다 내가 나를 사용한 사용료가 고지서로 날아온다. 그때마다 한 달 징수된 사용료가 참으로 작구나 서글퍼진다. 우리는 가끔 넘치는 존재감으로 때로 미납으로 과징금을 물기도 하지만, 한 때 나의 존재 가치였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미비하다.

밧데리

휴대폰 밧데리를 분명 충전한다 했는데 아뿔싸 충전이 안되었다 밧데리가 바닥난 채 외출한 나는 대신 내밀한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헉 내 영혼의 밧데리도 어느날 이렇게 뚝 갑자기 끊기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