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