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박의 햇살은 따가워도
간간히 창틈으로 들어오는
한줌 바람에 몸을 씻는다
세속에 찌든 삶의 자락을 씻는다
실타래 엉기듯 뒤엉킨 머리를 씻는다
상쾌한 바람이 집안 구석구석 헤집고
마음 자락도 흔들어 댄다
보얀 먼지들은 바람결에
구석으로 숨어버리더니
고개를 내밀어 키득거린다
그녀의 날쌘 움직임에
그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바닥은 반들거린다
발코니의 화초들도
목마르다고 바스락거린다
달콤한 오후의 종종 걸음이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
꽃 그림을 그린다
– 권명곡, ‘달콤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