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 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에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 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분지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 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 이향아,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