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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8282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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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첫눈 – 박철

등 굽은 한 늙수그레가 지퍼를 닫듯 쓸며 가는 외진 길 한때 그가 문을 열고 쏟아낸 말들 지우며 자귀숲은 등 뒤에서 그 구부정을 바라보다 더 말없이 첫눈처럼 보내주네 무명이란 가장 마즈막에 펴오르는 불꽃, 놀이 멀리 기러기 셋 하늘 열며 날아간다

홍매 – 김영재

이런 봄날 꽃이 되어 피어 있지 않는다면 그 꽃 아래 누워서 탐하지 않는다면 눈보라 소름 돋게 건너온 사랑인들 뜨겁겠느냐 *

희망 – 정희성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

희망은 깨어 있네 – 이해인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 부릅니다.

최영미 /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서혜진 / 너에게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따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

김소월 / 먼 훗날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의 내 말은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희망공부 (정희성·시인, 1945-)

희망공부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희망 – 나태주

미루나무 세 그루, 까치집 하나, 마른풀을 씹으며 겨울을 나는 검정염소 몇 마리, 팔짱을 끼니 나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주셔요. 아니 아니 안 돼요 무서워서요 당신 눈이 무서워 못 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슬퍼서 한숨 쉴 때에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

호주머니,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발자국 (박두순·시인, 1950-)

바닷가 모래밭에서 외줄기 발자국을 본다. 문득 무언가 하나 남기고 싶어진다. 바람이 지나고 물결이 스쳐 모든 흔적이 사라져도 자그만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나뭇잎들은

서늘한 가을날 폴폴 내려앉는 저 나뭇잎들 좀 보세요 나뭇잎들은 작은 날개를 몰래 숨기고 있었어요. 고궁의 호수 위를 동동 헤엄쳐 다니는 저 나뭇잎들 좀 보세요. 나뭇잎들은 귀여운 물갈퀴를 몰래 접고 있었어요.

바닷물소리 듣고 싶어 ─

아롱아롱 조개껍질 울언니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껍질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선물 장난감 조개껍질 데굴데굴 굴리며놀다 짝잃은 조개껍질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릉아릉 조개껍질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단풍 이상교

나뭇잎이 불 켰다 나뭇잎들이 불 켰다. 빨갚게 노랗게. 멀리서도 잘 보인다. 빨간 불 노란 불.

먼 훗날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해바라기꽃

벌을 위해서 꿀로 꽉 채웠다. 가을을 위해서 씨앗으로 꽉 채웠다. 외로운 아이를 위해서 보고 싶은 친구 얼굴로 꽉 채웠다. 해바라기 꽃 참 크으다.

다람 다람 다람쥐 박목월

다람 다람 다람쥐 알밤 줍는 다람쥐 보름 보름 달밤에 알밤 줍는 다람쥐 알밤인가 하고 조약돌도 줍고 알밤인가 하고 솔방울도 줍고

가을이래요 박목월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래요. 하늘 높고 물 맑은 가을이래요. 울타리 수숫대를 살랑 흔드는 바람조차 쓸쓸한 가을이래요 단풍잎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바람은 가을을 싣고 온대요. 밤이 되면 고운 달빛 머리에 이고 기러기로 춤추며 찾아온대요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 폴 베를렌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빛나는 것. 미친 듯 나는 말벌을 겁낼 건 뭐니? 저기 봐, 햇빛은 언제고 어느 구멍으로 비쳐 들어오잖아. 왜 잠을 못 잤어, 그렇게 탁자에 팔굽을 기대고? 창백한 가여운 영혼아, 이 찬 우물의 물이나마 마셔보렴. 그 다음 잠을 자. 자, 보렴. 내가 여기 있잖아. 네 낮잠의 꿈을 어루만져 주마. 요람 속에 흔들리는 아기처럼 콧노래를

희망 – 천상병

내일의 頂上을 쳐다보며 목을 뽑고 손을 들어 오늘 햇살을 간다. 한 시간이 아깝고 귀중하다. 일거리는 쌓여 있고 그러나 보라 내일의 빛이 창이 앞으로 열렸다. 그 창 그 앞 그 하늘! 다만 전진이 있을 따름! 하늘 위 구름송이 같은 희망이여! 나는 동서남북 사방을 이끌고 발걸음도 가벼이 내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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