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벌레가
파먹다 남긴 하현달이
까만 밤을 타고 미끄러지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내가 달님과
지난 밤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 입김
고스란히 맞은 풀 위에
하얀 꽃잎 뿌려놓았다
하얀 달그림자 아래
차가운 새벽공기 가르며
서리꽃 밟기를 한다
나와 그의
뜨거운 입김이 앉은 풀을
톡 건드려 본다
손이 닿아도
스르르 쉽게 녹지 않는
꼿꼿함에 잠시 놀라고
새초롬한
얼음꽃이 된 풀들을 보며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눈부신 아침 해가
화살을 땅에 뿌리며
하얀 달그림자를 지운다
서서히 몸을 부풀리며
하얀 달그림자
한 움큼 퍼올리고
낮은 언덕 서서히 오르며
하얀 달그림자 밟는
나도 퍼올린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지워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낮달이
보일 듯 말듯
알 수 없는 미소 지으며
그렇게 앉아 있다
후욱후욱~~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걷다가
이슬인지 서리인지
구분이 안되는 물방울을 보면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여명이 밝아 올 때쯤,
하늘 저 끝에 앉은
하얀 뭉게구름
뽀글뽀글
머리카락을 볶은 구름
붓으로 그린 듯 비낀 구름도
새벽,
찬 서리꽃 밟는 나를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