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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꽃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육사 시집(陸史詩集)≫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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