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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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바람

당신이 그랬지요.
봄엔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한 바람이 분다고.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한 바람은
참으로 종잡을 수 없어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여인의 하얀 치맛자락을
들치기도 하고,

무뚝뚝한 남자에게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꽃을 사게 하기도 하고.

은장도로
허벅지를 찔러야 하는
정결한 여인의 밤에

허벅지 대신
녹슨 정절을 찢어 버리는
허망한 용기를 주기도 하지요.

봄바람은
그렇게 심술궂고
불안한 바람이에요.

당신이 그랬지요.
봄엔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한 바람이 분다고.

나른한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까닭 없이 울고 싶고,

마음이 불안해지고,
심통 부리고 싶었던 것은
봄바람 때문이었나 봐요.

치맛자락을 들치듯이
가슴 밑바닥에
꼭꼭 묻어둔 그리움을

언제 어느 때쯤
헤집어낼지도 모르는
심술궂은 바람.

불고 싶은 대로
제 맘대로 부는 봄바람 때문에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요.

그렇게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하면서도
불순한 바람이 부는 봄이니까요.

당신이 그랬지요.
봄엔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한 바람이 분다고.

어느 사랑의 끝에서
이별을 알리는 편지처럼
꽃잎이 강물에 떠서 흘러가요.

난분분 난분분
눈처럼 흩날리던 하얀 꽃잎이
강물에 떠서 흘러가요.

이별의 편지를 찢었어요.
그 찢긴 조각처럼
꽃잎이 강물에 떠서 흘러가요.

꽃잎처럼 작은 조각 위엔
안녕이라는 글자가
동강 난 채로 울고 있군요.

안녕이라는 글자도
누군가의 눈물도
이내 강물에 씻기겠지요.

그 아픈 꽃잎은
강물에 떠서 흘러가다가
어디서 멈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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