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곱게 내려앉은 날
절집 뒷담의 열린 쪽문을 밀고
살그머니 스며든다.
계단을 밟으려다
한쪽에 놓인 ‘출입 금지’ 표지판에
저지당한다.
그냥 들어가 볼까?
앞서 날아가는 새를 쫓아가며
궁금증을 더하는데
어두운 마음은
못 본 척하려 했지만
눈 밝은 발이 알아서 멈춘다.
저 너머
닿을 수 없는
연둣빛의 숲을 바라보며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슴에 남겨 놓는 풍경도
좋을 거란 생각을 한다.
아! 봄날.
천지는 연두색에서
점점 초록으로 짙어간다.
봄바람이
연분홍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며
봄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