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 차례 지나가고
무지개 선 자리 집 앞 무 논에
기와집 한 채 지어졌다.
한나절 쯤,
둥둥 떠서 들려오는
행랑채 어머니 수심가 소리 애잔하여
솟을 대문 삐걱이 세월 열고 가는 소리,
추녀 끝엔,
모란의 웃음이 곱게 오월을 춤추고
한 줌 바람이 달려드니
무너질 듯 뒤틀리고 위태롭다.
제비 한 쌍이 물 장구 치며
흔들리는 집 바로 새워주고 나르는
저 유연한 몸짓,
빛이 사라지는 노을 속으로 떠가는
어머니의 그리운 집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