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꽁꽁
묶어 놓아도
그리움은 커져만 가고
젖어오는
그리움의 무게만큼
마음도 무거워지는데
봄비에 속살 내보이며
먼발치서
조용히 흔드는 몸짓
죽은 줄로만 알았던
움츠렸던 앙상한 가지에
꽃이 피었다
보슬보슬
이슬처럼 내리던 비는
댓잎 끝에 방울지다
그 무게 버거워서
마른 대지에
잘게 부서져 스며들고
아픈 것은
소리를 내지만
깊은 것은 침묵을 지키듯
그리움도
미리 젖어 있어야
더 잘 젖을 수 있는 것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대지에 깊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