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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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도 내리는 눈❄

괜찮아요, 아직 장롱 속 감춰둔 상자가 있고, 읽다가 그만둔 편지가 있고,

거실에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빈 화분이 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내일이 있습니다.

장미가 피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 햇빛에 빨강을 널어야겠어요!

무릎이 깨지도록 손 모으는 일

시월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자처럼

입술을 빈 화분에 심어야겠어요.

붉다는 건, 무엇이든 녹일 수 있으니까요.

푸른 잎이 하나둘 사라진 대도 실망하진 마세요.

그 혀 속에는 말 못 한 나무가 한 그루,

상자엔 아직 선물이 남았으니까

첫눈을 기다리기엔 점점 멀어지는,

시월에도 눈이 내려, 빨갛게 물드는 그런 일

처음 한 약속은 어디쯤 머물렀는지,

그러니까, 아무런 상관없이 빨강을 담을 거예요.

손안에서 사라지는 알 수 없는 색

맹렬하게 녹아내리는 붉힌 마음으로

사라져야 볼 수 있는,

오랜 고백의 자세로 간직해온

난 빨강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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