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한동안 잠잠하던 바람이
한바탕 흔들어놓고 지나간다.
쉬이 잦아들지
않을 것 같은 바람
무엇으로 잠재울 수 있으려나
자꾸만
속살거린 바람은
인생은 부질없는 거라고
맥없이 놓아버린
낙엽처럼
한생 뒹굴다 가는 게 삶이라고
바람은 살며시 일러준다.
모두들 모진 비바람
맞아가며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바람 앞에 넘어지고
부러져 생채기도 나며
그렇게 그렇게 오뚝이처럼
일어나 사는게 인생이라고
– 백형심,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