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인내심이라는 빽 하나 든든하게 세웠다는 말이라는데
문득, 외롭다
발음하는 순간,
돌멩이 같은 말 하나가
심중에 단단히 박아둔 뼈 하나를 쓰러트리며 간다
창밖에는 가랑비, 길 나서는 사람 몇
드문드문 떨어지는 매미 소리에 오늘은
맑음 쪽으로 점을 쳤는지
우산 없이 잘도 간다
슬픔이 지나간다는 마음의 예보도 저리 선명했으면
느릿느릿 하루가
달팽이 천 리 걸음인 그런 날이 있다
– 윤인애, ‘느릿느릿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