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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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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앵두 💙

봄이 되면 우리 마을은 춘궁기로 곤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얘기였고.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
그 좁쌀도 떨어져 갈 때쯤이 가장 어려운시기였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호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의 앵두는 빠알갛게 익어갔다.

우리 집엔 초가 뒷마당에 커다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게다.
그 해에는 가지가 끊어질 만큼 많은 앵두가 열렸는데 어느 날 아침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주면서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으라는것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겠거니 하고 점심 때 도시락을 열었는데
도시락이 온통 빨간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새 좁쌀도 떨어져 새벽같이 일어난 엄마가 땅에 떨어진 앵두를 주워
도시락을 쌌던 것이다.

창피했던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어 둔 채로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고 말았다.

아이들의 놀리는 소리로 교실이 떠들썩해지자
선생님이 다가 오셨다.
상황을 판단한 선생님은 “와 맛있겠다.
이 도시락 내 거랑 바꿔먹자!”라며
나에게 동그란
2단 찬합도시락을 건네셨다.

1단에는 계란말이.
그리고 여러 가지 반찬과 쌀밥.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게걸스럽게 도시락을 비웠다.
먹으면서 왜 그렇게 서럽고
눈물이 나던지 선생님께서도
앵두를 하나 남김없이 드셨다.

그날 집에 와서 도시락을
내던지며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차라리 도시락을 싸지 말지 왜 창피를 줘?”
엉엉 울면서 투정을 해댔지만
엄마는 듣는 둥 마는 둥 딴소리를 하셨다.

“그래도 그 앵두 다 먹었네!”
나는 엄마가 밉고 서러워 저녁 내내 울다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문틈으로 살짝 내다보니 내 도시락을 씻던 엄마는 옷고름으로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들썩이셨다.
울고 계셨던 것이다!

찢어지는 가난에 삶이 미치도록
괴로워도 그내색을
자식에게 보이지 않으시려고.
울음마저 맘껏 울지 못하셨으니
그 한이 오죽하셨을까.
자식에게 앵두 도시락을 싸줄 형편에 당신은 그 앵두라도 배불리 드셨겠는가.

엄마는 가끔씩
나에게 장난처럼 물으셨다.
“우리 강아지 나중에 크면 엄마
쌀밥에 소고기 사 줄 거지?”

이제 내 나이 일흔!
그때 나만한 손자를 보는 나이가 되었다.
쌀밥에 소고기가 지천인 세상이고
그 정도 음식은 서민들도 다 먹는 세상이 되었건만
소고기와 쌀밥보다 더 귀한 것도
사 드릴 수가 있는데도 엄마는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너무나
서럽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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