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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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시

우수 /최명옥

안양역에 서서

너를 기다리는 오후 1시 30분

비가 오고 있다.

어린 목숨 안고 돌아오는 너보다 먼저

따뜻한 네 눈물이 올라와

경부선을 적시고 있다.

관절 속에서 몰아치던 눈보라는

들녘 끝으로 달아나고

하늘에선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의 언땅으로 달려오는 상행열차.

내 푸석한 꽃밭이 젖어들 때

환하게 웃으며 너는 오리라.

네 어린 것은 맨발로 뛰어다니며

내 가지의 눈을 틔우리라.

겹겹의 문을 열어젖히고

피어도 피어도 서러운 내 꽃들을 피게 하리라.

비 안개가 몰려나오는 안양역 출구

열에 들떠 나는

비를 맞는다.

우수철 종묘 뒤뜰 /정재영

주무시는 님 깨실까봐

하늘 발 처 받들고

늙은 정승이 된 나무님들

겨우내

지나가는 찬 바람을 재우며

마디마디 도진 관절염을 부여잡고

입궐하여 부복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단잠 깨 님 명하실텐데

노랑이라 하실 때

개나리를 진설하고

초록이라 눈짓하시면

손끝의 눈물로 칠하리라.

백목련 붕어하실 때부터

소복으로 갈아입었는가

노랑 초록 빨강을

가슴에 저장해 품어두고

현묘의 조복을 걸친

늙을 수 없는 충신들.

雨水 /황희순

꿈꿀까봐 두려운

입춘과 경칩 사이

깨끗이 까놓은 마늘, 싹이 돋아

하늘로 머리를 치켜세우고 있다

뿌리까지 잘랐는데 밤새

도망칠 궁리를 했던 거다

어쩌나, 나는 너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꿈깰까봐 두려운

입춘과 경칩 사이

우수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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