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동화
반듯이 가져야 할 몫
하늘 품에
한가로이 안겨 가는 구름들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숲속 마을에 무슨 큰일이 났나 본데요
“숲속 마을에 전쟁이 났어요”
공군 대장 독수리 장군과
해군 대장 메기 장군
그리고
육군 사령관 메뚜기 장군까지
육해공이 다 모였는데요
“며칠 전에 무시무시한 잠자리채에 그만 장수하늘소와 매미 두 마리가 생포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해군도 피해가 커요
보름달 뜬 밤에 몰래 나타나 송사리 세 마리와 올챙이 한 마리를 생포해 갔습니다“
“그쪽 육군에는 피해가 없소?“
“왜 없어요
사마귀와 지렁이 한 마리가
생포되었습니다“
“피해들이 엄청나군요“
“이제껏 보지 못한 아주 고약하고 막강한 놈들입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붙잡힌 우리 동포들을 구출해
오겠습니다“
결사 의지를 다짐하며 나선
개구리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올챙이를 빼긴 서러움에 폭포수보다 더 큰 눈물을 매달고 있는 걸 보고선
“그 어린 올챙이까지 잡아갔단 말이요
인정사정도 없는 놈들 같으니…“
초록세상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자는 파와
할머니 집으로 왔던 아이들이
방학이 끝나 돌아가면 다시 평화가 찾아올 거라며 참고 기다리자는
파와 갈려
밤새 오가던 분쟁은 육해군 특공대를 조직한 총공세를 하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놈들의 할머니 집 마당 한가운데
움푹 패인 웅덩이에서 놀고 있는
소금쟁이와 텃밭에 있는 지렁이를 대피를 시키는 게 먼저 일 듯 하오“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던 햇님의 숨 가쁜 한숨이 빨갛게 변해갈 즈음
작전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고추잠자리가 아이들 주변을 빙빙 돌면서 잠이 오게 한 다음
2차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매미가 맴맴맴 거리며
정신줄을 쏙 배 놓는 작전이었는데
아이들은 점점 걸려든 듯
대청마루에 앉은 할머니 양 무릎을
베고 잠이 들고 있었습니다
순조롭게
작전이 이어지는 걸 보며
마지막 핵폭탄급 작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지붕 난간에 몰래 숨어있던
벌이 날아들면서 강력한 침 한 방식을
머리에 쏘아붙이는 게 아니겠어요
“으앙….
할머니 아파“
“이게 뭐야..
혹 났어“
쌍둥이 형제는 일어나 울고 있었고
작전에 성공한 육해군은
다음 날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
해님이 방긋 웃으며
먼저 나와 앉은 시골길을 따라
읍내에 있는 병원을
할머니 손을 잡고 다녀온 아이들에게
엄마는 말하고 있었는데요
“너희가 숲속 친구들을 자꾸 괴롭히니까 벌 받은 거야“
아이들은 엄마의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빨랫줄에 걸려있던 곤충채집통을 열어주더니
연못으로 달려가 올챙이와 송사리까지 풀어주면서
숲속 마을엔
다시 평화가 찾아 오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엄마와 함께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시 찾은 우정어린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육해군 친구들은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화는
우리가 반드시 가져야 할
몫이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