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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인근 작은 마을에 65세의 여인 라타 바가반 카레가 남편과 함께 살았다. 부부가 농장에서 일을 해 주고 생계를 이었다. 한 푼씩 모은 돈은 세 딸을 결혼시키는 데 썼다. 가난했지만 부모의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았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마을 의사는 세균 감염을 의심하며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도시까지 갈 차비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는 일이었다.
라타는 자존심을 버리고 이웃과 친척에게 사정했다. 그렇게 구한 적은 돈으로 두 사람은 큰 병원에 도착했다. 그곳은 그들에게 익숙한 장소가 아니어서 불편하고 어색했다. 접수처 직원은 두 사람이 가진 거의 모든 돈을 진료비로 받고는 마냥 기다리게 했다.
한참이 지나 남편 이름이 호명되었다. 남편이 검사를 받는 동안 라타는 복도에서 신에게 기도했다. 하지만 운명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의사는 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했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전혀 아니었다. 라타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세상이 갑자기 무너졌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평생 사랑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라타는 고열에 비틀거리는 남편을 부축해 병원을 걸어나왔다. 병원의 비싼 구내식당에서는 먹을 엄두를 못 내고 버스 정류장에 있는 가게에 들러 사모사(감자와 야채를 다져 넣고 튀긴 인도식 만두) 2개를 샀다. 그것이 남편의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었다. 가게 주인은 사모사를 신문지에 싸서 건네 주었다.
그때 신문지에 적힌 기사가 라타의 눈에 띄었다.
‘마라톤 대회 – 우승자에게 상금이 수여됨.’
이튿날 아침, 땀 흡수에 최적화된 티셔츠와 몸에 달라붙는 반바지와 런닝화로 무장한 마라톤 참가 선수들 속에 낡은 사리(인도 여인들의 전통 의상)를 입고 맨발을 한 라타 카레가 출발선에 서 있었다. 눈에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녀는 주최측에 사정했지만 단호히 거절당했다. 그녀는 65세였던 것이다! 남편을 구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녀가 마라톤 도중에 사망하는 것을 주최측은 원하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애원한 끝에 마침내 참가를 허락받고 옷에 부착할 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그녀가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은 그녀를 돌아보며 웃었다. 처음에는 딸이나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것으로 여겼다가 그녀가 달리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실로 드문 광경이었다. 몇 달 동안 대회를 위해 연습한 젊은 마라토너들이 발목 위로 사리를 끌어 올린 할머니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라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생 달리기 경주에 출전한 적이 없었다. 남편에 대한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달리기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라타는 결승선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바람처럼 달렸다. 발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고 사리는 땀에 흠뻑 젖었지만 달리고 또 달렸다. 그녀가 달리기를 완주하기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그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달리는 이유를 알고 모두가 감동받았다.
1위를 못하면 그녀에게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참가상 같은 것도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해냈다. 주최측은 시골 마을 출신의 65세 여성 라타 카레가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결승선에 모인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그녀의 승리를 축하했다.
상금을 받은 그녀는 병원으로 달려가 남편이 최상의 치료를 받게 했다. 또한 자신의 발에도 여러 개의 밴드를 붙여야 했다. 그녀는 어떻게 달리기에서 우승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맨발로 어떻게 달릴 것인가에 대해서도. 오직 남편을 구하기 위해 달렸을 뿐이다. 그것은 사랑이고 헌신이었다. 라타 바가반 카레는 그 후 3년 연속 마라톤 대회에 우승했다.
-류시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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