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Search
Close this search box.

만 원짜리 한 장(5)

만 원짜리 한 장(5)

“내일부터
집사람이 나오기로 했어”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어렵게 구한 편의점 알바
자리 마저,
운영이
힘들어지는 바람에
쫓겨난 나는
햇살이
물결치는 하루를 뒤로 하고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거리를 걷다가
버스정류장 옆
포장마차 안에서 피어나는
어묵 연기를 보면서
주머니 안에
마지막 남은 만 원짜리 한 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빵빵)))))
쓰러진 태양을 뒤로 하고
하얀 두 눈을 치켜뜨고
달려온 버스에 올라
삶의 갈피마다
베어든 슬픔을 버스 안
열기로 채우고 있을 때
서 있기에도
힘든 노구를 이끌고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내 앞 빈 좌석으로
다가와 철퍼덕 주저 앉는
소리와 함께
(((((따르릉)))))
“임자,
아직 안자고 있었어?”
집으로 가는 버스 안이니까
곧 도착혀”
“……”
“임자 좋아하는
붕어빵 사 오라고?
그려, 금방 사 갈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픈 아내에게
사다 줄 붕어빵이란 세 글자에
행복이 묻어나던 얼굴이
한숨이 보태어진 얼굴로
힘없이 창밖만 쳐다보는 이유를
난 알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텅 비어있는 지갑을
무심코 보고 말았던 두 눈을
지워버리고 싶었는지,
난 차창 밖으로
겨울 색이 물들어가는 거친 밤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 정류장은
동향 초등학교입니다)))
기계음이 사라진 자리를
더듬고 일어나려는 내앞으로
움푹 패인
주름진 얼굴을 내밀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던
할아버지는,
시린 가난을
베고 누운 할머니가
기다리는 게 걱정이 되어서인지
바쁜 몸짓으로
일어선 자리엔 점퍼에서
떨어진 할아버지의 지갑이
놓여 있었다.
달빛을 목에 두르고
설익은 어둠을 따라 걸어가던
할아버지에게 뛰어간 나는
“이 지갑 할아버지 거 맞죠?”
“아이쿠…,
이렇게 고마울 때까 있나”
“혹시
없어진 게 있는 지 잘 보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이 불러주는
노래를 따라 까만 어둠 속으로
난 뛰어가고 있었다.
내가 넣어 놓은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붕어빵을 사들고 가실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 중에서 –

+13

로그인 하시고
하트를 보내세용

AD

Log in, leave a comment and earn ANKO
로그인해서 댓글 달고 ANKO 버세요.

Subscribe
Notify of
3 💬
좋아요 순
최신순 오래된순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