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eStory 2350.
이 여자가 가는 길.
오늘도 나는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섭니다.
딱히 오라는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갈 곳은 참 많습니다.
이 곳, 저 곳 정처없이 방랑의 길을 걷다 밤이면 다시 이 솔밭공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숲을 침대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합니다.
밤새도록 모기들은 친구하자 몰려 옵니다.
누군가 곧 장마가 오는데 어디서 밤을 보낼거냐고 묻습니다.
돌아보니 거친세상, 그 추운 겨울도 외투하나로 버터 왔는데 이 까짓거 빗속으로 뛰어들면 그만이지요.
그렇게 정들곳 같지 않는 이 거리에 정이 들어 몇 년인지 모르지만 세월 베고 인생길 길게 누웠습니다.
언제부터인지도 기억에 없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가족도,
신분증도 없습니다.
어려운 것은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나를 누구는 아픈 사람이라고 하고 누구는 비정상이라고 합니다.
정상 같은 비정상 말입니다.
그럼 비정상 같은 정상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가요.
조금 다름의 길을 갈 뿐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그래도 나이가 48세,
이름이 심지현이라는 정도는 기억해요.
누가 지었는지 참 예쁜 이름이지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 살만해요.
구걸을 안해도 되닌까요.
남자들을 유혹하지 않아도 되닌까요.
무슨 일이냐구요.
나에게도 친정집이 생겼어요.
참 아름다운 동행이라구요.
질서도 몰라요.
방식도 몰라요.
예의도, 눈치도 몰라요.
그런 제가 그 곳에서 봉사(?)를 해요.
중간에서 대표님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봉사가 끝나면 대표님이 도시락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줘요
작지만 수고비도 줘요.
그것으로 며칠을 버티어요.
며칠 전에는 머리도 예쁘게 잘라 줬어요.
그렇게 5개월이 흘렀어요.
이제 봉사 날이 기다려져요.
그날은 굶지 않아도 되닌까요.
어느 여자 노숙자님의 이야기입니다.
그제(토요일)는 도시락 배달을,
어제(일요일)는 국수나눔과 다문화어린이 바이올린 교육봉사를 했습니다.
이 봉사는 나라의 지원없이 자원봉사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