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소나무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님이 물었습니다.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 ”
“가긴 어딜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
아버님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
” 하긴 무얼해? 고추모나 심어야지~ ”
” 내일이 무슨 날인지나 아시우? ”
” 날은 무신 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습니다.
“다른 집 자식들은 철 되고 때 되면 다들 찾아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어머님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습니다.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
“어험~ ”
아버님는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습니다.
“세상 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식 잘 못기른 내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