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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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윤달
김순옥

내 안의 날씨가 너무 어려워
중얼거리는 말을 모아 쌓으면 기다란 목이 되는
목에 쌓아 올린 새봄을 읽느라 기린은
오늘도 지각이다

빵집 출입문에 喪中이라고 쓰인 흰 종이가 붙었다
우유를 따르던 기린이
어제는 구름을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벚나무와 목련 사이
불쑥 밀려든 파도가 흩어져

처음부터 다시,

오늘 빵집 앞을 서성이다가
喪中이라고 쓰인 나를 꺼내 술잔에 담아두고
헐거운 신발을 고쳐 신는데
끈이 손에 닿지 않는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기린
아프리카 사바나 어딘가에서 만날 법한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기린

세상에 없는 노래를 부를 때
매번 겪는 시계 방향인데
죽어 본 적 없는 나는 꽃집 앞을 지나는 기린을 본다

목이 넘치거나 다리가 긴 봄이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이야

계간 『리토피아』 2021년 여름호 발표
[출처]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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