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일,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로 일할 때의 일입니다. 경희대 교수로 은퇴한 정태충 박사가 KAIST 대학원생일 때 제 부탁을 받아 몇 달에 걸쳐 algorithm 원고를 써 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이사하면서 마소 창간호부터 몽땅 버린 터라 역사적 사실 확인은 필요합니다.) 아무튼 당시 algorithm을 한글로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알고리듬’과 ‘알고리즘’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택도 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언어는 에너지가 적게 드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개똥철학을 근거로 ‘듬’보다 ‘즘’이 에너지가 적게 든다고 결론을 내리고 ‘알고리즘’을 택했습니다. 당시 ‘마소’의 인기가 워낙 좋았던 때라 그냥 그게 일종의 표준어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제 뇌피셜입니다.)
제가 교수가 된 이후로 저는 ‘알고리즘’이란 말을 쓸 수가 없어서 ‘방법’ ‘스킴’ 등 대체어를 사용했습니다.
조선일보에 ‘알고리즘’은 “아예 발음이 틀려버린 경우 우리끼리 사용하면서 굳이 그걸 틀렸다고 할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르지만, 영어식 발음이 ‘알고리듬’이라는 것을 숙지는 해야 한다”고 뼈를 때리는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네요.
물론 제가 그렇게 쓰기 전에 다른 분이 ‘알고리즘’이라고 썼는지까지는 제가 알지 못합니다. 다른 분이 그렇게 먼저 썼다면 저는 마음이 조금 홀가분할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