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올라가지 못하는 원숭이들
아프리카 중ㆍ동부에 위치한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 가까운 곳에 있는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895m) 산은 풍광도 아름답지만 야생 동식물들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지구촌의 오지로 불리던 아프리카도 천혜의 자연을 탐방하려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케냐 정부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게 됩니다.
케냐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역이 여러 곳 있습니다.
나이로비와 암모셀리, 세렝게티 국립공원 등입니다.
어느 지역의 국립공원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킬리만자로 산 부근인 것으로 볼 때 “트사보 웨스트 국립공원”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지역에도 관광객들이 몰리자 국립공원 구역 안에 최신식 대형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환경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않던 호텔 관계자들이 호텔에서 관광객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공원 안의 숲속에다 버린 것이 화근이었던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들이 숲속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립공원 안에 서식하던 여러 야생동물들이 알게되면서 그곳은 몰려든 동물들로 난장판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나무에 올라가서 야생의 과일들을 따서 배를 채우던 원숭이들도 굳이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먹다 남긴 햄이나 쏘시지, 피자, 핫도그, 스테이크며 치킨 등 튀긴 음식들과 동물성 지방은 야생의 동물들이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음에도 입에 잘 맞았습니다.
원숭이들은 곡예를 하듯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야자 열매와 바나나를 따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다보니 그 쓰레기장이 천국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원숭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마찬가지였겠지요.
5년이 지나고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관광객들로부터 살이 찐 원숭이와 고릴라들이 나무에도 못 올라가고 땅에서도 겨우 걸을 정도로 병색이 완연하다는 제보들이 들어왔습니다.
제보를 받은 당국자들과 수의사들이 원숭이와 고릴라 등 야생동물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야생 동물들이 비만은 물론이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인간이 걸릴 수 있는 악성 질병들에 두루 노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된 정부에서는 원인을 조사하기에 이르렀고, 호텔 측에서 무분별하게 숲속에 내다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후로 정부의 계도와 단속 등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수습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원숭이들은 다시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면서 과일들을 따기 시작했고, 몸이 날씬해지면서 여러 질병들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유추해볼 때 결국 인간의 난치병들은 인간이 입으로 먹고 마시는 “식품”과 “게으름”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서 발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정리하는 황금손의 머리 속은 여러 생각들이 오버랩 됩니다.
1616년 여진족을 규합한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후금을 건국하는데 중국의 동북지방을 무대로 활동하던 여진족은 원래 유목민(遊牧民)들이었습니다.
산이나 들판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야생의 동물들을 사냥하여 식량으로 삼았던 민족들이라서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그들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유목생활을 할 때에는 동물을 기르거나 사냥을 위해 늘 이동을 해야했기에 육식을 하더라도 운동량이 많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정착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섭취하는 육류는 훨씬 많아지게 되면서 집권층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중식당을 “청요리집”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중식당의 요리들을 “청요리”로 부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나라 시절 만주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집권하면서 식습관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그들은 동물이나 물고기, 산야초 등을 주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대부분이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등 건강에는 덜 이로운 것들이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해졌는데 섭취하는 음식은 열량이 높으면서도 육식위주이다보니 황실을 중심으로 집권층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집권층의 식습관이 육식위주로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순환기 계통의 질환을 비롯한 난치병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어의(御醫) 등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게 되지요.
가장 쉬운 방법은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끊거나 줄이고 운동량을 대폭으로 늘려야 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궁궐을 중심으로 황제와 집권층을 위한 명약(名藥)을 찾던 중에 등장한 것이 보이차(普洱茶)입니다.
보이차의 특징적인 주성분은 폴리페놀과 미네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에 함유된 폴리페놀의 양은 5265.05mg/100g 입니다.
이 양은 마늘(77mg/100g)이나 인삼 등 웬만한 식품에 비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폴리페놀은 건강에 최대의 적으로 불리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보이차의 효능을 확인한 황제가 보이차를 일러 “하늘이 내린 차(茶)”라고 칭송하고, 보이차가 생산되는 운남성 보이현 지역의 생산자들도 황실에 진상(進上)하는 차라는 뜻에서 공차(貢茶)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보이차는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명품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이차는 감비차(減肥茶)로 불릴 정도로 동물성 지방을 분해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차(茶)가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의 일상음료가 된 배경입니다.
현대인들의 식습관을 단시일 안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이기에 차라도 마셔서 피를 맑게 하려고 했던 중국인들의 고뇌가 담긴 보이차입니다.